샘특선상 수필 대상 - 이정재 작가

이정재 (시인, 수필가, 교육학 박사) - 노인과 시거 (Cigar) - 시낭송 전미녀 (샘문예대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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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기 기자
기사입력 2019-10-31 [15:52]

 

▲     ©이정록

 

▲     ©이정록

 

《SAEMMOON NEWS》

 

2019년 9월 7일 중랑문화원 소공연장에서 개최된

샘문학상 및 컨버젼스 감성시집 출간회에서 이정재 작가가

단 한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샘특선상 수필 대상>을 수상하였다.

대표작 노인과 시거 (Cigar)는 바이크로 유럽을 일주하는

프로잭트에 일환으로 쿠바를 방문하면서 어느 공원에서 노인과 접촉하면서

생긴 일을 그린 심리스릴러 작품이다.

 

한국문단에 스타 탄생을 예고하는 작품으로서 걸작이다.

작가의 앞으로의 행로가 기대된다.

독자들로 부터 큰 사랑 받는 작가가 되기 바라며

문운창대를 빈다.

 

그럼 작가의 경력과 작품 세계로 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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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이정재

아호: 달밭
충청북도 영동군 출생
인천사리울초등학교 재직 중
경인교육대학교 졸업 초등교육학 학사 경인교육대학원 졸업

영재교육 석사 성산대학원 졸업 청소년교육학 박사
샘문예대학 시낭송학과 재학중
샘문예대학 가곡학과 재학중
샘특선상 수필 대상 수상
샘문학 신인문학상 수상 (시,등단)
샘문학 신인문학상 수상 (수필,등단)
(사) 샘문학 미래전략이사
(사) 샘문인협회 운영위원
사계속시와사진이야기그룹 회원
한국문인그룹 회원
백제문단 회원
송설문학 회원

<공저>
아리아, 자작나무 숲 시가 흐르다
사립문에 걸친 달 그림자
시詩, 별을 보며 점을 치다
우리집 어처구니는 시인
<컨버젼스 시집/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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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노인과 시거(Cigar)

                                                      이정재

길을 걷다 공원을 만났다.
그늘 아래 빈 벤치가 있어 무척이나 반가웠다. 고단한 몸을 쉬어가고자 서둘러 앉았다.

자리에 앉으니 세상에 이 보다 더 편할 수가 있을까 싶다. 태산을 짊어지고 다니다 비로소

그 짐을 벗은 기분이라고나 할까.

잠시 후 내 옆으로 웬 노인이 다가 왔다. 그리고는 내 옆 빈자리에 앉는다.

지극히 자연스럽고도 천연덕스럽다.
행색을 보아하니 옷차림이며 얼굴이며 남루하기가 이를 데 없다.

'이를 어찌한담... 바로 일어나 자리를 옮기면 저분 입장이 좀 그렇겠지...

모른 척 하고 잠시나마 앉아 있다 상황을 봐서 적당한 때 일어나자!'

들켰나 보다. 그런 나의 생각을 다 아셨는지 바로 그분의 다음 조치가 이어진다.
시거 두 대를 건네신다. 아니 웬 시거를...
언제 나를 봤다고 이런 것을 건넨담...
멋쩍어 하며, 됐다고 거절의 제스쳐를 취했다.

나의 이런 반응을 당연히 예상하셨다는 듯 인자하고 온화하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마법처럼 상대방을 꼼짝 못하게 하는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한 명령이 이어진다. 어느새 내 손에는 시거 두 대가 쥐어졌다.

그것도 두 손을 공손히 모아 받들고 있는 게 아닌가!
'아니, 내가 지금 뭔 짓을 하고 있는 거야!'

남루한 행색이며 지저분한 옷차림임이라 피하고자 하는 생각은 이미 마비된 상태다.
'많이 해 보셨나보다. 이분 선수시구나!'
'그래, 나 선수 맞다!'라고 말하듯 다음 동작이 들어온다. 두 손에 쥐어진 시거를

어찌할 바 몰라 하는 내게 그 시거를 가방에 넣어두라며 친절하게 안내하신다.

어느새 가방에 들어간다. 시거가 망가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조심스런 손놀림도

그분이 주셨나 보다. '아, 이거 뭐지!'

잠시 마음을 진정하고 핸드폰을 들여다본다. 그런데 빈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

다음 동작이 곧바로 들어온다. 담배 한 대를 또 건네신다. 아니 이건 또 뭐람,

앞의 시거 두 대를 받을 때의 과정이 반복되었으나 매우 빨리 진행됐다. 한 번 해봤다고...
내 가방에는 시거 세 대가 가지런히 자리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나는 핸드폰을,
그분은 사색의 시간을,
앞에서 진행되던 일들과 사뭇 다르게 인터발이 길어졌다. 그러니 오히려 궁금했다.

'왜 이렇게 길어지지... 이때 얼른 일어날까...'

아셨나 보다. 바로 다음 동작이 들어온다.
내 어깨를 툭 치며 그분의 한 쪽 슬리퍼를 벗어 슬리퍼의 바닥을 보여주신다.
낡고 헤졌으며 가운데가 뜯겨져 텅 비어 있다. 마치 '노인과 바다'에 등장하는,

상어들에게 살점이 다 뜯기어 앙상한 뼈만 남은 고래와도 같았다.

'이런 거 구하려고 해도 쉽게 구할 수 없는 진품명품인데...

아, 결국 이게 작업소품이구나!'. 정말 안되셨고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그분의 작업에 화답하였다.
나는 봤다. 찰나와도 같은 짧은 순간이었지만 못 마땅해 하는 그분의 표정이

스쳐지나감을 봤다.

'어, 요놈보라! 내 시거값을 이런 어쭙잖은 제스처로 때우려고 하네!' .

또 다시 짧은 침묵이 흘렀고 얼마 후 이번에는 나직하면서도

그러나 또렷한 그분의 한탄스런 신음이 이어졌다. 마치 살점이 뜯기어 고통스러워하는

고래의 비명을 연상케 하는 신음과 함께 그 노인의 손에는 또 다른 슬리퍼가 들려져 있었다.

상처투성이의 슬리퍼가 양손에 하나씩 움켜져 있었다. 그리고는 그 노인은 나를 응시하였다.

그의 눈빛은 애처롭기도 하였고 한편으로는 노여움이 가득하기도 하였으며

또한 처절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내가 그에게서 본 가장 강렬한 눈빛은 그의 '집념'이었다.
자연이 주는 어떠한 역경이나 세상이 주는 어떠한 고난에도 굴복하지 않고 이루고야 말겠다는

'불굴의 집념'을 나는 보았다.
그 느낌은 섬뜩하면서도 경이롭기까지 하였다.

서둘러 지갑을 꺼냈다. 그리고는 그분의 수고에 응당하리라 짐작되는

금액의 돈을 조금도 주저함 없이 드렸다.

그분은 나름 만족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서셨다.

적지 않은 지폐가 쥐어진 그의 손등에는 굵은 핏줄이 선명하였으며

그의 눈은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붉은 노을이 벌겋게 번진 수평선을 응시하고 있었다.
더는 그에게서 초라하거나 비루한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대신 무엇인가를 이루어낸

이들에게서 볼 수 있는 거룩한 성취감이 자리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는 집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내가 건넨 그 돈으로 그는 그를 기다리는
있는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고래 고기를 사가지고 갔는지는 알 수 없다.
어찌되었든 그는 고래를 잡은 것이나 다름없는 고단한 하루를 보냈으리라 생각하련다.

그리고 고래는 바다에만 사는 것은 아닐 것이며 바다에서만 잡는 것은 아니리라!
나는 오늘 어쩌면 환생하시거나 부활하신 노인과 바다'의 그 노인분을 만난 것인지도 모른다.

그나저나 그 노인에게 받은 뜻하지 않은 시거는 어찌 처리해야 할지 고민이다.
더는 태우지 않으리라 다짐하였으니 다른 이에게 줘야겠다.
아니면 저 노인처럼 나도 어수룩한 관광객을 상대로 팔아보던지...

그러려면 다 떨어진 슬리퍼부터 구해야 하는데... 혹여라도 그분을 다시 만나거들랑

그 슬리퍼를 대여할 수 있는지도 알아 봐야겠다. 아니면 함께 동업을 하던지...

쿠바, 참 재미있는 곳이다!

 

 《SAEMMOON NEWS》

 

발행인 이 정 록 회장
취재 본부장 오연복 기자
보도 본부장 김성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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